작가들이 강조하고 있는 조어들의 예시에서 드러나듯 캠프는 여러 작가들이 다양한 시민, 기술자 등과 개방적으로 협업하며 미디어의 문턱을 낮추는 참여적 작업을 통해 사회 시스템과 기술 하부구조를 탐문한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이들의 에너지로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전환 가능성을 표명하고자 하는 캠프의 작업은 전지구적 신자유주의 자본의 권력에 맞서 지역사회와 수공의 협력으로 공공·공동·공유의 개념을 재설계해 나간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 제목인 ≪캠프, 미디어의 약속 이후(CAMP After Media Promises)≫도 두문자어 방식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서 “캠프”는 작가명이자 “진영”이라는 보통 명사의 뜻도 될 수 있다. 작가들은 거대 미디어 인프라가 우리 삶과 가치 체계를 빈틈없이 지배하고 있는 오늘날 네트워크 미디어 환경에서 그 매체 기술들이 약속했던 전망에 개입하여 다른 여지를 만드는 “이후”를 제안한다. 전기와 에너지, 교통과 교역, 텔레비전과 라디오, 영화와 비디오,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는 우리를 둘러싸고 지탱하는 “환경”이다. 그래서 각종 미디어들이 약속한 세상에 도달했을 때 그 미디어 기술이 독점적이고 권력적인 구조로 작동한다면 그 기술들의 이후를 다르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어떤 여지를 도모하는 작은 개인들이 모여 자율적인 진영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캠프의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