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여백의 예술

무한에 대해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공간이 뒤얽히며 여백의 힘이 넘쳐 흐르는 당,송 시대의 산수화...나는 그처럼 외계와의 관계에 의해 성립하는 작품에서 끝없는 무한의 호흡을 느낀다

무한이란 자기에서 출발하여 자기 이외의 것과 관련을 맺을 때 나타나는 것을 가리킨다. 자기를 자기 자신으로 정립하고 표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타와의 관련 속에서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그 관계가 성립하는 장에서 세계를 느끼고 깨쳤으면 하는 바이다.

내 작품은 단순하며 동시에 복잡하다. 작품의 소재 선택이라든가 구성, 제작행위를 최소한의 것으로 그치게 한다는 의미에서는 엄격하게 자기를 한정시키고 있으며, 무규정한 소재를 그대로 쓰거나 주위 공간을 받아들인가는 의미에서는 복합적이며 까다롭다. 곧 자신을 최소한으로 한정시킴으로써 최대한으로 세계와 관계를 맺는 일이다.
이러한 나의 미니멀리즘은, 작품이 생생하게 돋보이기보다 공간이 생생하게 살아주기를 바라는 바의 방법이다. 작품은 기호화된 텍스트가 아니다. 에너지를 축적한 모순을 품고 가변성을 지닌 생명체이길 바란다. 일필의 스트로크, 하나의 돌, 한장의 철판의 상태는, 그것들이 타와 대응에 있어 힘에 넘치며 살아 있는 바로 그것이지 않으면 안 된다. 행위 못지않게 쓰는 소재의 힘이 중요하며 나아가 소재끼리 혹은 주위 공간끼리 조응하는 관계항으로 기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것은 짜깁는 논리의 철저화와 함께 운동선수가 기술을 연마하듯이 엄격한 훈련이 수반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 조응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나이지만, 작품이 무한성을 띠게 되는 것은 여백으로서의 공간의 힘에 의한다. 이렇게 하여 작품은 현실과 관념을 호흡하면서 동시에 그것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내 작품은 타인에게 있어서와 같이 나에게 있어서도 늘 미지성을 내포하는 반투명한 것이기를 바란다.

관계항

공간이나 물체는 과연 보이는 대로의 것일까. 어떤 계기나 형식이나 관계의 변화에 따라 경험과 인식이 변하는 일은 없을까. 예컨대 무겁고 불투명한 돌을 외계에서 빌려오고 가볍고....
돌의 중력이나 위치, 다른 돌과의 거리감, 고무자의 신축성과 애매성 등에 착안하여 이들의 상태성을 강조하는 관계항을 짜낸다. 이렇게 해서 열리는 팽팽한 공간은 일상성을 깨뜨리고 신선한 지각을 불러일으켜줄 터이다. 나의 관심은 이미지나 물체의 존재성보다 만남의 관계에서 오는 현상학적인 지각의 세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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